[여의도풍향계] "국회 관행깨고 싶었다"…류호정이 던진 화두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부동산 관련법 통과 등 지난주 국회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정작 한 의원이 입은 '빨간 원피스'가 더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는 여의도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국회의원 복장 논란을 짚어봅니다.<br /><br />이준흠 기자입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국회, 하면 지금 제가 입은 것처럼 어두운 계열 정장과 넥타이, 중년 남성, 이런 모습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.<br /><br />실제 의원은 물론 사무처 직원, 저를 비롯한 출입기자까지도 남녀할 것 없이 정장을 입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.<br /><br />그런데, 한 국회의원이 이런 복장 공식에서 벗어나 화제를 일으켰습니다.<br /><br />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,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운동화도 신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정작 본회의 당일에는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, 며칠 뒤 일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류 의원의 복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.<br /><br />류 의원은 이전에도 청바지나 반바지 같은 편한 옷을 입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유독 원피스만 문제가 됐습니다.<br /><br />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차별, 성희롱 발언도 넘쳐났습니다.<br /><br /> "굉장히 흔한 원피스예요. 이건 특별한 원피스가 아니에요. 그럼에도 그런 (성차별·성희롱) 발언이 넘쳐났다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시선을 한번 짐작해보게 됐습니다."<br /><br />성차별, 성희롱 문제를 떠나, 공식 회의장에 편한 옷을 입고 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은데요.<br /><br />문득, 17년 전 '빽바지 사건' 떠올리는 분들 계실 겁니다.<br /><br />2003년,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, 당시 개혁국민정당 의원은 캐주얼 재킷과 흰 바지를 입고 국회의원 선서장에 나타났습니다.<br /><br />고성과 야유가 쏟아졌고,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.<br /><br />국회의장마저 "모양이 좋지 않다"며 회의를 미뤘습니다.<br /><br />'예의 없는' 옷차림 탓에 선서가 무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.<br /><br />유 이사장은 다음날 정장을 입고 와서야 선서를 마칠 수 있었지만, "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"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저도 류호정 의원의 빨간 옷, 유시민 이사장의 흰 바지를 한번 입어봤습니다.<br /><br />국회 권위를 떨어뜨린다, 이제 국회도 변해야 한다, 빽바지 사건 1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.<br /><br />하지만 180도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.<br /><br />동료 의원들의 반응입니다.<br /><br />유 이사장 때는 선서조차 못하게 했던 야유 대신,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진 것입니다.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유정주 의원 등은 '꼰대 정치', '쉰내 나는 논쟁'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.<br /><br />야권에서도 류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더구나 거기에 성희롱성 발언이 있다면 비난받거나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."<br /><br />의원이나 정부 관료의 복장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.<br /><br />의회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.<br /><br />2012년, 프랑스의 세실 뒤플로 국토주택 장관이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의회 연단에 오르자, 일부 남성 의원이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보냅니다.<br /><br />의회 민주주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2월, 영국 노동당 트레이시 브레이빈 하원 의원이 한쪽 어깨가 드러난 검정 원피스를 입고 대정부 질의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어디 의회에 저런 옷을 입고 오냐며 류호정 의원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.<br /><br />심지어 남성 의원들의 넥타이까지도 논란 거리였습니다.<br /><br />한 의원이 '노타이' 차림이란 이유로 발언을 제지당하자, 의장이 유권해석을 내리고서야 논쟁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.<br /><br />불과 3년 전 일입니다.<br /><br /> "의원들은 동료나 기관에 무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지만, 넥타이를 매는 것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."<br /><br />이번 논란에 대해 류호정 의원은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.<br /><br />언론 노출이 잦고,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옷차림 선택은, 그 자체로 정치 행위일 때가 있습니다.<br /><br />2013년 국회에는 '노타이' 열풍이 불었습니다.<br /><br />원전 파동으로 전력난이 심해지자, 당시 의원들이 절전 운동 참여를 독려하며 불문율이던 넥타이를 푼 것입니다.<br /><br />경복궁 입장료 면제 혜택이 전통한복에만 있다며 개량한복을 입고 국정감사장에 나온 김수민 전 의원, 태권도 국기지정법 시행을 알리기 위해 도복을 입고 온 이동섭 전 의원 모두 복장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습니다.<br /><br />한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무슨 옷을 입든 상관없으니 "일이나 잘하라"는 질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논란은 여전합니다만, 어쨌든 이번 일을 국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, 의원의 복장 대신 정책에 주목하는 계기로 만들어야겠죠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. (humi@yna.co.kr)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